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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영향력의 악화 : 정보 및 평판의 폭포효과

신참! 2017. 7. 5. 21:00

가용성 휴리스틱[각주:1]은 당연히 사회적 진공상태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철저히 사회적인 과정과 상호작용한다. 그런 한 가지 과정에는 사회적 네트워크와 사회 전반에서 전파되는 정보가 포함된다. 또 한 가지 과정에는 평판의 역할과, 특히 자신의 평판을 보호하려는 사람들의 열망이 포함된다.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위험에 대한 인식도 입소문을 타 수 있다. 사람들이 독자적인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는 한, 몇몇 사람이 발하는 초기 신호가 정보의 폭포효과를 유발해 민간 및 공공 부문의 행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잠재적으로 규제 정책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이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것은 설령 두려움을 느낄 근거가 전무하거나 미약하다고 해도,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생각에 의존하게 만들고 또 자신의 목소리를 보태어 점점 더 우렁찬 한목소리를 내게 만드는 폭포효과 때문이다.


1장에서 폭포효과가 음모론의 전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이번에는 환경 위협으로 눈을 돌려보자 A가 유해 폐기물 처리장은 위험하다거나 그런 처리장이 인근에 있어 시위 활동을 주도하겠다고 가정해보자. B는 본래 회의적이거나 확신이 없었더라도 A의 말을 듣고 동의한다. 그러면 C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더라도 A와 B가 같은 신념을 공유한다면 그 신념이 분명히 옳을 것이라고 믿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D가 A, B, C가 공유하는 신념을 거부하자면 어지간한 확신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일련의 영향력을 주고받다 보면 결국 정보의 폭포효과가 나타나게 되어 수백 명, 수천 명, 수백만 명의 사람이 단지 다른 사람들이 특정 신념을 믿는 듯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그 신념을 받아들이는 사태가 벌어지고 만다.


이런 현상은 전혀 허황된 것이 아니다. 폭포효과는(분명히 문제이긴 하지만 가장 심각한 환경 위협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유해 폐기물 처리장에 대한 대중의 비상한 관심을 설명해준다. 폭포효과는 1980년대 말 농약 알라에 대한 대중의 과도한 우려를 조장했고 유럽에서 광우병과 관련된 소고기 제품을 대대적으로 거부하게 만들었으며, 역시 유럽에서 유전자 변형 식품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부추겼다.


이제 평판의 측면으로 넘어가 보자. 많은 사람들이 이런 위험에 대해 경고를 받게 되면, 둔감하다거나 잔인하다거나 냉정하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라도 그런 경고의 정당성에 대한 의구심을 표출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친구들이나 같은 네트워크 안에서  그런 경고가 나돈다면 침묵을 지키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많은 사람들이 특정한 위협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면 소심하거나 겁쟁이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나 행동을 통해 의견이 다르다는 내색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무언의 압력이 작용한 결과 역시 폭포효과로 이어질 수 있어, 실상은 하찮은 위협인데도 대중이 규제를 요구하지 않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제 잇속만 챙기려는 민간 집단은 이런 힘을 악용할 수도 있다. 일례로 유럽의 기업들은 미국 기업과의 경쟁을 막기 위해 유전자 변형 식품에 대한 공포를 부채질하는 데 힘써왔다.


1장에서 살펴보았듯이, 가용성 휴리스틱과 폭포효과 사이에는 급속도로 퍼져나가면 가용성 폭포효과를 야기한다. 만약 그런 사건이 정보나 평판의 폭포효과가 전파되는 진원지라면 가용성 폭포 효과가 적용해, 사람들은 드물거나 단발적인 그 사건이 무언가 끔찍한 사회적 위협을 반영한다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여기에 자연히 비용·편익 분석의 역할이 생겨난다. 만약 정부기관들이 비용·편익 분석을 훈련받게 되면, 설명 가용성 휴리스틱이 작용하는 경우라도 정보 및 평판에 의한 폭포효과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할 것이다. 비용·편익 분석의 효과는 잘못된 두려움을 일종의 기술적 정밀 검토에 맡기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대중의 규제 요구가 근거 없는 믿음에서 기인하지 않게 되고, 또 대중이 요구하지 않더라도 정부가 실질적인 위협을 규제하고 있음을 보장받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검토 작업 역시 민주주의 측면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만약 대중의 관심이 다른 사람이 퍼뜨린 정보에 의해 부추겨지고 그런 정보에 신뢰성이 결여되어 있다면, 기술 관료들이 '뜨거운' 대중의 반응을 제한한다고 해서 민주주의의 이상을 해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폭포효과를 통해 대중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어도 심각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에 자원을 투입하려는 정부의 노력에서도 비민주적인 요소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 中


앞 뒤 내용이 더 궁금하면 직접 사서 보시는것도 나쁘지 않음. 익히 인식하고 있는 것들이지만 분석적으로 풀어낸 책인것 같네요. 짧고 굵은 느낌


  1. 쉽게 떠오르는 정보를 기반으로 특정 사건의 가능성을 추론하는 것 [본문으로]